출산하고 3kg만 빠졌다가 다시 붓는 것 같아요" | 산후 부종 산모 + 호박즙 복용 시기
👨⚕️“원장님, 출산하고 아기 무게만 빠진 것 같아요. 호박즙 먹으면 붓기 빠진다던데 지금 바로 먹어도 될까요?”
진료실에서 산후 산모님들을 뵙다 보면 정말 자주 듣는 말씀입니다. 출산만 하면 몸이 가벼워질 줄 알았는데, 손가락은 퉁퉁 붓고 발목은 눌린 자국이 남고, 체중계 숫자는 생각보다 천천히 내려가니 마음이 조급해지시죠.
특히 임신 전부터 체중이 조금 늘어 있던 분들, 임신 중 체중 증가가 컸던 분들은 더 불안하십니다. “나는 왜 이렇게 안 빠지지?”, “이게 살인지 붓기인지 모르겠어요” 하시면서요. 그래서 산후 부종에 좋다고 알려진 호박즙을 많이 찾으십니다.
오늘은 1/2편으로, 산후 호박즙을 언제부터 먹는 것이 비교적 부담이 적은지, 그리고 왜 출산 직후에는 조심해서 보아야 하는지를 진료실에서 설명드리듯 차근차근 말씀드리겠습니다.
산후 부종, 왜 사람마다 빠지는 속도가 다를까요
임신 막달까지 적절하게 증가하는 체중은 대략 12kg에서 15kg 정도로 봅니다. 이 안에는 아기 무게, 양수, 태반, 늘어난 혈액량, 자궁의 변화, 체액 증가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중 출산 후 비교적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야 하는 부분이 보통 8kg에서 10kg 정도라고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8kg에서 10kg이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빠지지는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출산 후 2주 정도 지나면서 꽤 많이 내려가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아기 낳고 3kg, 4kg 빠졌다가 다시 도로 찐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또 8kg 가까이 빠졌는데도 임신 중 증가가 워낙 커서 아직 체중이 많이 남아 있는 분들도 계시죠.
이때 몸을 잡초가 난 흙으로 비유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잡초만 뽑는다고 흙의 상태가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죠. 산후 부종도 숫자만 보고 급하게 빼려고 하기보다, 몸 안의 순환과 회복 상태라는 흙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호박즙은 왜 산후 부종에 많이 이야기될까요
호박은 예전부터 붓기 관리에 자주 언급되어 온 음식입니다. 비교적 칼로리가 낮고, 이뇨 작용을 기대하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산후에 “붓기 빼려면 호박즙이지”라는 말을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산후 부종이 생기는 이유가 대부분 콩팥이나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라기보다, 출산 후 혈관의 수축과 이완, 체액 이동, 몸의 회복 과정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무조건 물을 빼내듯 이뇨 작용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방식이 모든 산모님께 맞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출산 직후에는 몸이 아직 회복 중이고, 모유가 돌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때 이뇨 작용이 강한 식품을 너무 이르게, 많이 드시면 일부 산모님들께는 모유량이 줄어드는 듯한 불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분께 똑같이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진료실에서는 이 시기를 꽤 조심스럽게 봅니다.
산후 관리는 맞춤양복과 비슷합니다. 같은 원단을 써도 사람마다 어깨, 허리, 팔 길이에 맞춰야 편안하죠. 호박즙도 좋은 음식이 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시기, 같은 양으로 맞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호박즙은 언제부터가 좋을까요
출산 직후부터 바로 호박즙을 드시는 것보다는, 초유가 어느 정도 나오고 수유 리듬이 조금 잡힌 뒤를 권해드립니다. 대체로 출산 후 3주가 지난 이후라면, 산모님의 상태를 살피면서 호박즙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왜 3주 이후를 말씀드리냐면, 그 전에는 몸이 출산의 큰 변화를 정리하고 모유 분비를 준비하는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산모님들은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고단백, 고열량 식사를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음식은 많이 들어오고, 이뇨 작용이 있는 호박즙은 함께 들어오면, 기대와 다르게 모유는 불안정한데 체중은 잘 줄지 않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하실 점은, 수유 중인 산모님은 몸에 남아 있는 무게를 다 부종이나 살로만 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모유수유 중에는 젖의 무게, 자궁 회복 과정 등을 고려하면 임신 전 체중보다 2kg에서 3kg 정도 남아 있어도 산후 부종이 꽤 빠진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유를 하지 않는 분이라면 남아 있는 체중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출산 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임신 전 체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체중이 많이 남아 있다면, 그때부터는 건강을 위해 체중 조절도 함께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특히 임신 전보다 10kg 이상 체중이 증가한 상태가 오래 유지된다면 관절 부담도 커질 수 있으니 더 세심하게 보아야 합니다.
산후 붓기는 급하게 빼기보다 회복의 순서를 보셔야 합니다
산후 붓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는 것, 충분히 이해합니다. 거울 속 내 몸이 낯설고, 손발이 무겁고, 예전 옷이 맞지 않으면 누구라도 조급해지시죠. 하지만 출산 직후부터 굶거나, 이뇨 작용이 있는 음식을 무리해서 드시는 방식은 몸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향은 출산 직후부터 3개월까지 자연스러운 산후 부종 감소가 잘 일어나도록 돕는 것입니다. 수유 중이라면 수유 직후 30분 정도는 바로 많이 드시기보다 몸의 흐름을 살피는 습관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식사는 너무 기름지고 과하게 몰아가기보다, 단백질은 챙기되 소화가 편한 방식으로 조절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호박즙은 출산 후 3주 이후, 초유와 수유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 내 몸에 맞는지 살피며 드시는 쪽이 더 무난합니다. 다만 부종이 심하게 한쪽으로만 생기거나, 숨이 차거나, 혈압 이상이 있거나, 갑자기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라면 단순 산후 부종으로만 보지 말고 꼭 진료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오늘 1편에서는 산후 호박즙을 언제부터 먹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호박즙 말고 산후 부종을 줄이는 생활 팁과 한의학적으로 몸의 순환을 어떻게 도와볼 수 있는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산후의 몸은 게으른 몸이 아니라, 큰일을 해내고 회복 중인 몸입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산후 체질, 수유 여부, 부종 양상에 맞춰 한의원에서 상담을 받아보셔도 좋습니다. 산모님의 몸이 무리 없이 회복되고, 마음까지 조금씩 편안해지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