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면역력 높이는 약 좀 주세요" | 잦은 감기 환자와 면역력의 오해
👨⚕️“원장님, 면역력 높이는 약 좀 주세요.”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씀입니다. 아이가 어린이집만 가면 코감기가 반복되고, 감기가 오면 중이염까지 이어지고, 어른들도 “예전에는 감기 걸려도 금방 나았는데 요즘은 2주씩 가요” 하고 걱정하며 오십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닙니다. 자꾸 아프면 누구라도 불안해지죠. 그래서 유산균도 챙기고, 비타민도 먹고, 홍삼도 찾아보고, 좋다는 음식도 드셔 보십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충격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사실, 면역력을 직접 높여 주는 ‘마법 같은 약’은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면역력은 약으로 넣는 것이 아닙니다
면역력이라는 말을 한자로 풀어 보면, 말 그대로 ‘싸울 수 있는 능력’입니다. 바깥에서 들어오는 세균, 바이러스, 먼지 같은 것들과 내 몸이 마주했을 때 버티고 조절하고 회복하는 힘이죠.
그런데 능력이라는 것은 대신 싸워 준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걷는 법을 배울 때도 계속 안아 주기만 하면 다리 힘이 붙기 어렵듯이, 우리 몸도 스스로 조절하고 이겨 내는 과정 속에서 힘이 쌓입니다.
물론 약이나 영양제가 아무 의미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초 체력을 돕는 역할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곧바로 면역력을 올려 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잡초가 자꾸 나는 밭을 생각해 보시면 쉽습니다. 겉에 보이는 잡초만 계속 뽑는다고 흙이 좋아지는 건 아니죠. 흙이 메마르고 약하면 다시 잡초가 올라옵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증상만 누르는 것보다, 몸의 바탕이 어떤지 살피는 일이 먼저입니다.
유산균을 먹어도 왜 계속 아플까요
면역력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유산균입니다. 장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도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장내 환경은 우리 몸의 균형과 관련이 깊습니다.
하지만 유산균을 먹는다고 누구에게나 같은 방향으로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장의 벽이 약하고, 소화가 늘 부담스럽고, 먹는 음식이 계속 몸에 맞지 않는 상태라면 유산균만 넣는다고 바탕이 바로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코감기도 비슷합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코감기를 자주 달고 살면 부모님들은 “면역력이 약해서 그런가요?” 하고 물으십니다. 이때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코 점막의 상태입니다.
코 점막은 우리 몸의 첫 번째 방어선입니다. 공기 중 먼지와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 촉촉한 점막과 콧물이 그것을 붙잡고 걸러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콧물이 난다고 무조건 말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자꾸 건조하게 만들면, 오히려 코 점막의 방어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마른 흙에서는 좋은 씨앗도 잘 자라기 어렵습니다. 코 점막도 너무 메마르면 외부 자극을 버티는 힘이 떨어질 수 있죠.
감기에 안 걸리는 것이 면역력의 전부는 아닙니다
면역력이 좋으면 감기에 한 번도 안 걸릴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건강한 사람도 감기에 걸릴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걸리느냐, 안 걸리느냐만이 아니라 얼마나 가볍게 지나가고, 얼마나 잘 회복하느냐입니다.
진료실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예전 같으면 감기 한 번 오면 2주는 갔는데, 이번에는 며칠 앓고 지나갔어요.”
“친구들은 다 심하게 앓았는데, 우리 아이는 생각보다 가볍게 넘어갔어요.”
“중이염까지 자주 갔는데 요즘은 덜한 것 같아요.”
이런 변화는 단순히 어떤 한 가지 약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수면, 식습관, 소화 상태, 코 점막 상태, 체력, 스트레스, 체질적인 균형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면역력은 ‘한 알 먹고 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전투 능력을 차근차근 세우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맞춤양복을 떠올려 보셔도 좋습니다. 아무리 비싼 옷이라도 내 어깨와 팔 길이에 맞지 않으면 불편하죠. 건강관리도 그렇습니다. 남에게 좋았던 것이 나에게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내 몸에 맞는 보약은 균형을 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보약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인삼, 녹용, 살찌는 약을 떠올리십니다. 하지만 보약의 본질은 무조건 채우는 데 있지 않습니다. 깨진 균형을 살펴, 부족한 것은 도와주고 넘치는 것은 덜어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어떤 분은 기력이 부족해서 자주 지치고 회복이 느릴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몸을 받쳐 주는 방향이 필요할 수 있죠. 반대로 어떤 분은 열이 위로 몰리고, 코와 목이 쉽게 건조해지고, 염증 반응이 잦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에게 무조건 뜨겁게 보하는 방식이 맞는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면역력에 좋다는 것들이 시대마다 유행합니다. 어제는 이것이 좋다 하고, 오늘은 저것이 좋다 합니다. 그런데 우리 몸은 유행을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내 몸의 상태가 먼저이고, 그다음이 음식과 약입니다.
혹시 요즘 감기가 오래가고, 약을 먹어도 회복이 더디고, 아이가 코감기와 중이염을 반복한다면 “무엇을 더 먹일까?”보다 “우리 몸의 방어선이 어디서 약해졌을까?”를 먼저 살펴보셔야 합니다.
걱정 많으셨죠. 자꾸 반복되는 증상 앞에서는 부모님도, 환자분도 지치실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면역력은 겉으로 붙이는 방패가 아니라, 내 몸 안에서 길러 가는 힘입니다.
이번 1편에서는 면역력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즉 면역력을 직접 높여 주는 약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함께 짚어 보았습니다. 다음 2편에서는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생활 습관과 몸 상태를 살펴야 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몸에 맞는 방향은 혼자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감기, 코 점막 문제, 회복력 저하가 걱정되신다면 가까운 한의원에서 현재 몸 상태를 차분히 상담받아 보셔도 좋겠습니다.
오늘도 여러분과 아이들의 숨길이 편안하고, 몸의 균형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시기를 바랍니다.